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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쉘러 건국대 석학교수 인터뷰

95 2018.02.02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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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는 과학적 성과 재촉 않고 기다릴 줄 아는 학교
한국 학생 우수한데 자신감 부족표현 능력 키워야

ArticleFile.do?id=11721301“전쟁 이후 한국이 빠른 속도로 발전한 모습에 놀랐다. 혁신을 거듭하는 한국인과 함께 연구하고 싶어서 건국대에 왔다.”

줄기세포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한스 쉘러(Hans R. Schöler)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분자생의학연구소장은 2014년 건국대의 석학교수로 임용됐다. 막스플랑크연구소는 세계 최다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연구기관이다.

독일 정부는 쉘러 교수의 연구에 한 해 8500만유로(약 1089억원)를 투자한다. 쉘러 교수는 1989년 역분화(다 자란 세포를 치료용 줄기세포로 바꾸는 기술)에 필요한 핵심 유전자 ‘Oct4’를 세계 최초로 발견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건국대 의생명과학연구관에서 만난 쉘러 교수는 연신 한국인의 열정과 근면함을 칭찬 했다. 그는 “독일의 내 연구실에는 항상 한국인 제자가 있었는데, 그들과 일하면서 배운 점이 많았다”며 “내가 한국에 오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여러 대학 중에서 건국대에 온 이유는.

“내가 지도해온 연구팀에는 항상 한국인 연구원이 있었다. 그들은 늘 남다른 성실함과 열정을 가지고 일했고, 좋은 의견을 제시 하는 훌륭한 제자들이었다. 그중에서도 고기남 교수와 한동욱 교수가 한국에 돌아가 건국대에서 일하는 것을 봤다. 자연스럽게 건국대에 대해 알게 됐고, 나 역시 당연하게 건국대에서 연구하게 됐다.”


두 교수와는 어떤 연구를 함께했나.

“고기남 교수는 2012년 줄기세포 학술지인 ‘스템셀(Stem Cells)’에 공동연구 성과를 게재 했다. 한동욱 교수는 공동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로 유도신경줄기세포 생산에 성공했고, 이 연구를 ‘셀스템셀(Cell Stem Cell)’에 게재했다.”

독일과 미국, 한국 대학에서 모두 교수로 재직 했는데, 건국대의 장점을 말한다면.

“과학자를 재촉하지 않고, 충분히 연구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점이다. 이는 과학적 발견을 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다. 미국의 경우 보통 박사 학위를 따고 나면 바로 산업체에 뛰어드는 경향이 강하다. 곧바로 제약 회사 등 대기업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것 이다. 이럴 경우, 결과물을 빠르게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히게 되고, 충분히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 어렵다. 줄기 세포 연구는 하나의 결과물을 내놓는 데 10년, 20년 이상 걸리는 학문이다. 단기간에 이익을 내야 하는 대기업에서 기다리기에는 긴 시간이다.

한국에서는 황우석 전 서울대 수의대 교수의 논문 조작 사건 이후로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
.

“잘 알고 있다. 그 역시 조급한 연구 결과에 대한 집착이 빚어낸 사태라고 본다. 과학은 곧바로 성과가 나지 않는다. 정말 오랜 시간이 필요한다. 이 때문에 줄기세포로 만든 치료제를 바라는 환자에게 ‘기다려달라’고 말하는 것 역시 과학자가 해야 하는 일이다. 상업화에 대한 집착보다는 기초과학을 탄탄히 다지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건국대에서 학생들에게 멘토역할을 한다 고 들었는데, 어떤 조언을 해주나.

“한 학생이 ‘좋은 과학자’와 ‘나쁜 과학자’의 차이가 무엇인지 질문한 적이 있다. 이에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답했다. 과학자의 연구는 결국 얼마나 새로운 결과를 내놓는지에 달렸다. 작곡가가 새로운 멜로디를 떠올리듯, 과학적 발견을 하기 위해 서는 많은 책을 읽고 생각을 해야 한다.”


한국 연구실에서 일해본 소감은.

“늘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일단, 한국은 그 어떠한 국가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농경 사회에서 세계 수준의 경제 규모를 이룩한 점에 놀랐다. 한국인의 추진력을 존경 한다. 이 때문에 늘 연구팀에 한국인 연구원이 참여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들은 늘 다른 학생들보다 뛰어나고, 나를 놀라게 하는 성과를 보여줬다. 지금까지 매우 만족스럽다.”


한국 연구진에 대해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동안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과 모두 일해본 경험이 있는데, 유독 한국인은 말수가 적고, 표현을 꺼리는 편이었다. 예를 들어, 질문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한국인은 절대 손을 들지 않는다. 아마도 잘 모른다는 인상을 주기 싫어서인 듯 하다. 이해가 잘 안 된다. 한국인은 좀 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이 나라가 이렇게 빠른 성장을 거둔 것은 한국인의 성실함뿐 아니라 똑똑한 머리 덕분이다. 한국인은 스스로 세계적으로 얼마나 뛰어난지 알아야 한다.”

 



▲ 줄기세포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이자 건국대 석학교수인 한스 쉘러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분자생의학연구소장이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강의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연구원들의 자신감을 키워줄 수 있을까.

“학생들의 표현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과학자에게 연구 실적 다음으로 중요한 덕목은 소통이다. 자신의 연구를 남에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능력이다. 많은 과학자들이 이러한 능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다. 즉, 대학에 서는 작문과 발표 수업을 많이 제공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연구를 남들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요즘 기술이 얼마나 좋은가. 스마트폰으로 본인이 발표하는 모습을 촬영한 뒤 확인만해도 좋은 훈련이 될 것이다.”


한국 대학 교육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국에서 많은 심포지엄과 대학 강의가 영어로 진행되는 점에 놀랐다. 세계적인 수준의 과학자가 되고 싶다면, 영어는 필수다. 아울러, 학생들은 다양한 국가에서 경험을 쌓아 야 한다. 내 아들의 경우 독일 베를린에서 대학을 다니는데 서울, 교토 등 해외에서 교환 학생 경험을 쌓고 있다. 한국 대학도 학생들에게 최소 한 학기 정도 해외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학의 역할은 달라질까.

“그렇다. 과거와 달리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 새 로운 기술이 산업의 지평을 바꾸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학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학생들이 옳은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것이다. 즉, 학생들이 정확한 상황 판단과 합리적인 사고를 하도록 훈련시켜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세상을 바꾸는 동안 대학은 선구자 역할을 해야 한다. 세상이 더 빨리 변하고, 사람들이 혼란 스러워할수록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기관은 대학뿐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