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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국내 첫 ‘시니어 친화병원’ 건국대병원을 가다

327 2017.04.1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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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환자가 존중받고 편안한 병원대기시간 줄이고 신속한 진료
빠른 진료수납 가능한 패스트트랙입원하면 인지복용약 등 확인
노인환자 위해 에스컬레이터 감속젊은 자원봉사자 동행서비스

충남 천안에 거주하고 있는 임 모 어르신(82)은 고혈압과 관절염을 앓고 있어 3개월에 한 번씩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을 찾는다. 예약을 하고 가지만 두 질환 모두 진료과가 다르다 보니 교수를 만나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이 복잡하고 상담과 대기 시간이 길어져 병원에 가는 날이면 하루가 후딱 갈 정도다. 진료를 받고 나오는 길에는 약을 어디서 타야 하는지, 진료비는 어디에 내야 하는지 매번 헷갈린다. 김 어르신은 “진료를 받으러 병원에 오지만 하루 종일 헤매다 보면 오히려 병을 얻어가는 기분”이라고 호소했다.

                

<사진설명: 한설희 건국대 의무부총장이 80세 이상 노인 환자에게 시니어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올해 말이면 노인인구 비중이 14% 이상인 고령사회 진입이 확실시 된다. 이에 따라 노인 1인당 지불해야 하는 연평균 진료비는 362만원에 이르고 있다.

노인 환자의 경우에는 전산화된 병원 시스템을 이용하는 데 불편을 겪는 일이 많고, 복합적인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으며, 합병증 발생이 쉬워 젊은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입원기간이 길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노인 환자 개개인의 특성을 잘 파악한 후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병원은 빠른 진단과 내‧외과적 치료가 요구되는 단일 질병을 가진 젊은 환자를 대상으로 최적화돼 있어 다양한 동반질환을 가진 노인 환자에게는 적절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에 국내에서 최초로 노인 환자들을 위한 소통과 서비스 강화, 안전을 위한 시설 개선 등의 사업을 추진하며 ‘시니어 친화병원’으로 변화하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건국대학교병원이다.

시니어 친화병원이란, 노인 환자의 의사결정이 존중되고 진료 시스템도 노인환자의 삶의 질이나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진행되는 것을 말한다. 병원 시설이나 환경도 노인환자가 불편하지 않도록 변경한다.

건국대병원은 지난해 5월 TF(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한 뒤 시니어 친화병원 구축을 선언했다. ‘시니어(Senior)에게 안전하고(Safe) 특별한(Special) 서비스(Service)를 제공한다’는 뜻을 담은 건국대병원의 시니어 친화병원 선포는 진료 과정 개선은 물론 소통과 서비스 강화부터 환자의 안전을 위한 시설 개선까지 지속적인 사업을 전개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설명: 노인 환자의 안전하고 빠른 병원 이용을 위해 에스컬레이터 운행 속도를 감속한다.>

어르신 맞춤 의료서비스 제공

기자는 시니어 친화병원으로 변신하고 있는 모습을 취재하기 위해 지난 달 건국대병원을 찾았다.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패스트트랙이었다. 패스트트랙은 8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병원 내 여러 가지 복잡한 절차를 단순화, 개별화해 진료과정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하고 최적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80세 이상의 어르신이 병원을 방문하면 어르신 창구를 통해 대기시간 없이 빠르고 편리하게 접수, 수납이 가능한 서비스다. 또한 채혈 검사 시 빠른 검사결과를 제공해 진료대기 시간을 줄여줘 노인 환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병원 1층 로비에는 눈에 잘 띄는 노란색으로 ‘어르신 도움센터’도 만들었다. 노인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면 노란색 조끼를 착용한 전담 자원봉사자가 시니어 환자라는 표식인 ‘S’가 적혀 있는 노란명찰을 달아준 뒤 편리하게 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전 진료과정에 걸쳐 ‘어르신 동행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식이다.

또한 에스컬레이터 운행속도를 감속해 안전성을 높였으며, 시력이 불편한 어르신 위해 확대경을 설치한다거나 신체기능이 저하된 고령 환자 전용의 체중계측기를 설치하고 검사실 내 안전벨트를 설치해 낙상 위험도 줄이는 등 안전하고 편리하게 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어르신 맞춤시설을 제공하고 있다. 

노인 맞춤형 진료 프로그램 운영

진료 환경만 변화된 것이 아니다. 진료시스템 또한 노인 맞춤형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노인 환자가 병원에 오면 48시간 안에 인지, 우울, 이동 능력, 배변, 통증관리, 복용약 등 6가지 영역에 대해 검사하고 평가하는 ‘48/6’ 모델이 바로 그것이다.

ArticleFile.do?id=1169234748/6 모델은 간호사가 일차적으로 입원한 노인 환자에 대해 위 6가지 영역을 확인해 작성하면 EMR(전자의무기록)로 영양 고위험, 다약제 고위험 여부 등을 화면에 띄워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를 자세히 확인할 수 있는 장치이다.

과거에는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면 일정기간 치료하다 빨리 퇴원해야만 했다. 병상 가동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노인 환자에게 병원 입원 등의 환경 변화는 입원 기간 중 섬망, 우울감 등의 인지기능 저하를 유발해 퇴원 후에도 전반적으로 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에 섬세한 관찰이 필요하다.

이종민 건국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 한국형 48/6 모델을 도입해 어르신들이 입원 할 때, 입원중, 퇴원할 때 상태를 점검한 뒤 평가하고 그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 영양사 등이 함께 치료계획을 세워 발생 가능한 문제를 미리 예방하고 있다”면서 “노인 스스로 자가 간호가 가능하도록 하며, 보건소 등 지역사회 연계를 통해 진료의 연속성도 유지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사진설명: 어르신 창구를 따로 마련해 운영하고 있는 건국대병원>

보도: 백세시대 

국내 시니어 친화병원의 벤치마킹 모델이 되겠다
이종민 건국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시니어 친화병원을 도입한 이유는 무엇인지.
“지난 2015년 병원 개원 10주년을 맞아 병원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야 되나 논의하는 과정에서 고령화가 심각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병원 환자 구성도 개원 초기만 해도 65세 이상 환자 비율이 20%였는데 매년 조금씩 올라 현재는 30%까지 증가했기 때문이다. 노인 환자의 특성은 한 가지 질환만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한 가지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더라도 다른 문제를 동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진료체계를 노인 전문으로 특화할 필요가 있었다.”

-환자들의 만족도는 어떠한지.
“빨리 접수가 되고 우선 진료가 되는 것을 가장 만족해한다. 매번 진료과를 찾기 위해 헤매던 어르신들은 자원봉사자들의 어르신 동행 서비스를 가장 좋아한다. 하지만 문제는 자원봉사자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노인 환자 혼자서 화장실은 갈 수 있는데 계단 오르는 게 쉽지 않으면 자원봉사자의 도움이 꼭 필요한데 지원하는 사람이 많이 없어 자원봉사자 활용이 활발한 외국과는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

-예산도 많이 들었을 것 같다.
“대만에서 도입하고 있는 고령친화병원는 보건복지부 지원 하에 이뤄지고 있다. 우리도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병원 자체 예산으로 충당하고 있지만 부족한 점이 많다.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노인 건강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노인 친화적으로 진료 과정을 바꾸고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노인 건강수준도 올라가 궁극적으로 노인진료비가 줄어드는 효과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르신 동행 서비스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노인 환자를 가정에서 병원까지 동행하는 도어 투 도어 서비스(Door to Door Service)를 제공하기 위해 관련 업체와 협의 중에 있다. 뿐만 아니라 올 하반기부터 병원에 입원하는 노인 환자 모두에게 개별화된 진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진료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 이달부터는 병동별로 환자와 보호자, 간병인을 대상으로 입원기간 발생할 수 있는 어려움에 대한 교육을 별도로 하려고 한다. 노인 환자를 보지 않는 진료과는 없다고 본다. 그러므로 의료진도 지속적으로 교육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앞으로 국내외 다른 병원들이 벤치마킹 모델로 삼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보도: 백세시대